iPhone 6s Plus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범인(凡人)들이다. 때문에 안식을 얻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들처럼, 우리들도 우리에게 맞는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늘 방황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명필이 아니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구입했다. 무려 30만원 대의 키보드다. 키보드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도 아닌, 심지어 일본에서 프레스 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나온 키보드다. 회사 이름은 '토프레'. 이들이 개발한 '무접점 방식'의 키보드는 기존의 기계식과는 가격을 비롯해 여러가지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내가 구입한 키보드는 이 회사에서 만든 키보드 중, 가장 호불호가 갈린다는 '리얼포스 하이프로'라는 제품이다. 키캡에는 홈이 파여있어서 기존의 키보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때 잉베이 맘스틴의 팬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가 유행을 탔던 적이 있었다. 90년대 이야기다. 당시 잉베이 맘스틴의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는 지판이 움푹 파여있었다. 국내 기타업체인 콜트에서도 비슷한 기타를 생산한 적이 있었다. 지판이 움푹 파여있으면 속주에 유리하다는 말을 그 무렵 본 것 같아 나도 콜트에서 나온 바로 그 기타를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마찬가지로 이 키보드 역시 키캡이 움푹 파여있는 것이다. 아마도 '속타'를 위해서 그렇게 만든 모양이다. 짐작컨대 이 키캡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는 과거 잉베이 맘스틴의 팬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상상이다.

 

  이 키보드는 어디를 봐도 불친절하다. 우선 ESC 키를 비롯한 상단의 펑션키들이 숫자키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ESC나 펑션키를 쓸 때면 필연적으로 숫자키를 손가락이 넘어가야 한다. 마치 고갯길을 넘는 기분이다. 디자인은 투박하기 그지 없어서 80년대 후반 컴퓨터를 구입하면 번들로 끼워주던 키보드를 연상시킨다. 살짝 태닝을 한듯, 아이보리색을 가지고 있다. 회색의 투톤은 좋게 말하면 레트로 디자인이고, 나쁘게 말하면 구리다. 다른 키보드에 있는 F키와 J키에 있는 돌기도 없다. 대신 다른 키보들에 비해 조금 더 움푹 파여 있다.

 

  키감도 고르지 못하다. ESC를 비롯한 윗줄의 키감과 방향키, 키패드의 키감이 전부 다르다. 심지어는 한글이 새겨진 자판의 키감도 조금씩 틀리다. 45g 균등이지만, 키압이 그렇다고 낮지도 않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키보드는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은, 누가보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 키보드일 수도 있다. 차라리 내가 가지고 있는 레오폴드의 FC660C 키보드의 키감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둘다 같은 '무접점 방식'인데, 차이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키보드가 갖는 매력은, 위에 언급한 단점들을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무엇보다도 키감이 매력적이다. 기존 토프레의 리얼포스 키감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초컬릿 부러뜨리는' 느낌을 준다. 키를 타이핑 할 때 마다 초컬릿을 톡하고 부러뜨리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하이프로는 그와는 좀 다르다. 쫀득쫀득하다는 표현도 틀리다. 하이프로만의 정체성을 가진 키감이랄까.

 

  움푹 파인 독특한 키캡도 익숙해지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움푹 패인 키캡이 손가락을 감싸는 느낌이다. 물론 내 손가락이 작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손가락이 두꺼운 분들이라면, 오히려 움푹 파인 키캡의 튀어나온 가장자리 부분 때문에 난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타이핑을 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둥글둥글한 키캡은 리얼포스의 레트로한 디자인을 완성시키는 포인트다. 기존의 각진 키캡이 아닌,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키캡은 보기에도 편안해 보인다. 하이프로 키보드를 보다가 다른 키보드를 보면, 오히려 다른 키보드의 디자인이 날이 서 있는 것 같은 공격적인 디자인처럼 보인다. 모서리가 둥근 이 키캡은 하이프로의 디자인을 좀 더 레트로하게 보이게끔 만든다. 일견 타자기를 연상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하면 그 독특한 키감에서 나오는 독특한 타이핑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이 키보드를 고민도 하지 않고 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키보드는 각각의 키 위치들에 따라 다른 소리들이 나는데, 전체적으로 타이핑을 했을 때 나는 소리는 기계식이 만들어 내는 인위적인 '찰칵' 소리와는 다르다. 키캡이 철로 된 보강판을 두들기는 소리처럼 느껴지는데, 자칫 날카롭고 건조할 수 있는 소리가 내부에 들어 있는 러버돔으로 인해 어느 정도 중화가 된다. 소음은 적지 않은 편이지만, 그 소리가 시끄럽거나 거슬리지는 않는다. 기계식 키보드는 자신이 기계식 키보드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는 타이핑음을 만들어내지만, 하이프로는 소리 그 자체에 정체성이 담겨 있어서, 누가 들어도 "음, 이건 하이프로 키보드군" 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타이핑 소리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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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들에게 키보드는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컴퓨터로 글을 쓰는 작가라면 적어도 '자신만의 키보드'를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키보드는 내 손과 어울려야 하고, 내가 듣기에 편안한 타이핑 소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내 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일종의 자극제가 되어 오히려 일을 하는데 더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 키보드를 주로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키보드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리얼포스의 하이프로는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타건을 해 볼 가치가 있는 키보드라고 생각한다. 특히 장문의 글을 써야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무접점' 방식은 축복과도 같다.

 

  나는 현재 두 대의 무접점 키보드(하이프로, FC660C), 그리고 흑축 키보드 한 개(FC750R), 그리고 갈축 키보드(볼텍스)와 적축 키보드(볼텍스)를 각각 한 개씩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계식 키보드는 적축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그보다는 리얼포스의 하이프로가 장시간 타이핑하기에는 훨씬 편안하다. 키압은 물론 적축보다는 무겁지만, 전체적인 만듦새 자체가 타이핑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가격은 무척 비싼편이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키보드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러버돔이 굳어 버리며, 간혹 보강판에 녹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수하고 마치 야생마를 조련시키듯, 적응만 잘 된다면, 리얼포스의 하이프로는 그야말로 '인생키보드'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1.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6.11.15 18:34 신고

    저도 하나쯤.... 갖고 싶은 최종 키보드 중에 하나네요...ㅎㅎ 가장 갖고 싶은 녀석은 해피해킹 녀석이긴 합니다...ㅎㅎ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6.11.16 16:10 신고

      저도 해피해킹이 탐나긴 했으나 제 전공에 방향키가 없는 건 힘들어서요. ^^
      대신에 fc660c가 있어서 괜찮습니다. ^^

  2. Favicon of http://talkingof.tistory.com BlogIcon 사진의미학 2017.03.11 20:39 신고

    리얼이....
    키보드 키캡이 뭔가 빈티지 한 느낌이 나네요 ㅎ

  3. KAraso 2017.08.06 11:31 신고

    안녕하세요. 뜬금없이 굉장히 죄송합니다만 혹 리얼포스 해당모델을 아직 가지고계신가요?

1.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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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은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주고, 학자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을 창조해 내는 공간이다. 그러니까 책상이란, 자동차로 따지면 운전석(Cockpit)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차를 구입할 때,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운전석일 것이다. 얼마나 편안한 상태로 운전을 할 수 있는가, 얼마나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인가. 운전석이란 운전자와 자동차가 교감을 나누는 유일한 공간이다. 책상도 마찬가지다. 예술가와 작업실은 무언의 교감을 주고 받으며 다른 이들이 상상하지 못할 그 무엇을 창조해 낸다. 

  그러니 당신만의 작업공간을 만드는 작업은 중요하다. 당신이 어떤 것을 창조해 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훌륭한 작업공간이 될 수 있다. 그곳이 카페든, 도서관이든, 아니면 여러분의 집 작은 방을 개조해 만든 작업실이든 상관없다. 나 자신을 안심시킬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책상은 아주 넓거나, 혹은 아주 좁아야 한다. 두 책상 사이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넓은 책상은 마치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광활하고, 쾌적함을 제공해 준다. 두 대의 모니터와 랩탑을 두고 작업 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들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어지럽게 자료들을 펼쳐 놓아도, 커피잔 하나 정도는 둘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 책상은 충분히 넓은 책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좁은 책상은 넓은 책상과는 다른 형태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준다. 좁은 책상은 흡사 얌전히 흐르는 개울물을 연상시킨다. 책상이 좁다는 것은 내가 작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배제시켜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로지 랩탑 한 대만 올려 놓을 수 있는 극도록 작은 책상이라면 오히려 여러분들의 집중력은 랩탑에만 고정되어서 더 오랜 시간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2. 바탕화면




  우리는 대부분의 작업을 컴퓨터에 의존한다. 바탕화면은 책상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어지러운 책상에서 안락함을 얻듯, 누군가는 아이콘들이 잔뜩 깔려있는 바탕화면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탕화면에 아이콘들을 최소화 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에 30분 정도는 바탕화면의 아이콘들과 다운로드 폴더 및 문서폴더를 정리하는데 투자한다. 컴퓨터화면을 처음 보았을 때, 언제 작업했는지 알 수 없는 작업 파일들과 아이콘들이 널려있으면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피로감을 느낀다. 

  바탕화면은 컴퓨터 소유자의 개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누군가의 눈에는 불규칙적으로 나열된 아이콘들로 보일지는 몰라도 사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누구나 자신만의 정리 방법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규칙에 맞게 바탕화면을 꾸민다. 

  바탕화면의 중요한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배경화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배경화면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배경화면들을 구하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맞춰 배경화면을 바꾸곤 한다.

  배경화면은 책상 위에 올려 두는 액자, 혹은 벽에 붙여 놓는 포스터(Poster)의 디지털 버전이다. 어떤 배경화면은 여러분들을 안정시켜 줄 것이고, 어떤 배경화면은 여러분들의 작업 열정을 극대화 시킬 것이다. 혹은 밤샘 작업에 지친 여러분들의 피로한 정신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배경화면은 단순히 보기 좋은 사진이나 그림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최대한 신중하게 배경화면을 선택하자. 그리고 작업 도중 피곤하거나 지칠 때면 다른 배경화면을 구하기 위해 웹서핑을 해보자. 어쩌면 여러분들의 창조적인 감각을 더 향상시켜 줄 훌륭한 배경화면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3. 키보드 



Canon EOS 6D


  키보드는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음성인식 같은 기술들이 최근 장족의 발전을 거두었지만, 키보드만큼 명확하진 못하다. (물리적) 키보드는 디지털 기기이긴 하지만, 사실 아날로그적 장치에 더 가깝다. 키보드는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이래 거의 변화가 없는 드문 장치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를 그저 별것 아닌 소품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키보드는 컴퓨터를 이용할 때, 우리 신체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기 중 하나이다. 그 밖에는 마우스라던가, 모니터 같은 것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특히 글을 쓰는 작가라던가, 프로그래머들에게 키보드는 요리사에게 있어 칼이요, 음악가에게 있어 붓이며, 정비공에게 있어서는 드라이버와 같은 없어서는 안될 도구이다. 그래서 키보드는 단순히 '부품'의 항목이 아닌,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신경써서 선택해야 할 범주에 넣어야 한다. 타이핑 할 때의 감촉이 그날 작업의 기분을 좌우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타이핑 감이 좋은 키보드는 매일매일 작업을 하고 싶게 만들어주며, 상대적으로 작업의 피로도를 줄여준다. 때로는 키보드를 타이핑할 때 나는 소리가 가끔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처럼 아늑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4.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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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는 그 크기에 비례하여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급적 모니터는 크거나, 또는 다중 모니터를 쓰는 것이 좋다. 연구자들은, 좁은 랩탑 화면에 다른 자료들이나 논문들을 펼쳐놓고,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글을 작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답답한 일인지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소풍을 가서 돗자리를 펼쳐놓고 뷔페를 꺼내 놓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나는 델 27인치와 LG 24인치 모니터를 듀얼로 쓴다. 이런 형태로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24인치 LG모니터만 이용했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큰 불만은 없이 사용했다. 그러나 모니터를 듀얼로 구성하고 난 뒤로부터는 하나의 모니터만을 이용했을 때 얼마나 불편했는지를 깨달았다. 생각같아서는 동일한 27인치 델 모니터 한 대를 더 구입하고 싶을 정도였다.

  QHD(2560 * 1440)를 지원하는 27인치 모니터는 하나의 화면에 두 개의 텍스트를 펼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24인치 모니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더 많은 양의 텍스트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그러니 모니터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크고 화질이 좋은 모니터를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가능하다면 다중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5. 조명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편안하고 은은한 조명은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보통은 여기에 향이 좋은 홍차나 커피가 함께 하면 더 좋을 것이다.

  1. gwjang 2016.04.21 15:51 신고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6.04.21 19:15 신고

      감사합니다. ^^ 페북은 되도록 안하고 싶은데 중독성이 약간 있네요 ㅎㅎ

  2. Favicon of http://ruinc.tistory.com BlogIcon 루인c 2016.04.21 17:05 신고

    꿈의 환경이네요...!

  3. Favicon of http://m0ns7er.tistory.com BlogIcon 빠라삘라 2016.04.21 17:57 신고

    하...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6.04.21 19:16 신고

      감사합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

  4. Saske 2016.04.22 07:29 신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5. Favicon of http://followme2015.tistory.com BlogIcon 아담블루 2016.04.25 20:40 신고

    멋집니다~^^ 특히, 모니터의 구성과 컴퓨터들과의 배치가 인상적입니다~~^^

  6. Favicon of https://appadal.tistory.com BlogIcon 아빠달 2016.04.26 01:47 신고

    직장을 이동하니 작업 환경이 맘에 안들어 모니터를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고 배치를 다시하던 생각이 드네요 지금도 맘에 약간 안들긴해요

  7. Favicon of http://atomedu.tistory.com BlogIcon 아톰영어 2016.04.26 10:24 신고

    ㅎㅎ 남자들은 이런 장비 욕심이라고 해야할까요?
    키보드며, 모니터며, 마우스, 심지어는 스피커까지.. 다른사람들이 봤을땐 안해도 될것을 하게되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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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사 값비싼 컴퓨터로 무엇을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이 포스팅 자체가 순전히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값비싼 IT기기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라고 묻는 것은, 아마도 내가 나 자신에게 묻는 것이리라. 이런 이야기들이 솔직히 이 포스팅을 읽고 있는 그대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오늘 밤에 내 자신이 내게 질문했던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할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겼다.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인 것이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이과생'이었지만, 정작 내가 컴퓨터를 직접적으로 대학이라는 곳에서 배운 것은 2000년 한 학기가 전부였다. 그 전에는 일본어를 일 년 전공했고, 그 이후에는 법학을, 그리고 국문학을 전공했다. 나는 전형적인 '문과생'인 셈이다. 

그런 내가 컴퓨터에 취미를 갖게 된 것은, 중학교 무렵이었다. 애플 II+ 짭퉁을 어머니와 함께 세운상가에서 사왔다. 나는 본체, 어머니는 모니터를 힘겹게 끌고 왔다. 그나마도 모니터는 지하철 역에서 누가 발로 차서 조금 고장이 나 있던 상태였다. 그 시절 내가 흑백 애플 II+ 짭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친구와 함께 5.25인치 디스켓 한 박스를 들고 세운상가에 가서 게임을 잔뜩 복사해 오는 것 뿐이었다. 고백하건데 정품이라던가 불법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5.25인치 디스켓'에 잔뜩 게임을 복사하고, 메탈리카 백판 하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음악을 틀어놓고, 복사해 온 게임들을 하나하나 실행시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게임들은 전부 영어였고,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영어를 무척 싫어했다. 그 뿐인가. 다른 친구들은 재밌다고 즐기던 게임들이 나는 도대체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 복잡했고,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나는 게임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무렵, 나는 286 PC를 마련했다. 그 겨울,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앞둔 겨울 방학에 나는 모뎀이라는 것이 내 PC에 장착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동네 컴퓨터 가게에서 Medicomm 이라는 통신접속 프로그램을 구해왔다. 운이 좋게 전화선을 연결했고, 비로소 PC통신이라는 것을 접해보았다.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어머니에게 죽도록 혼이 난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 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ID를 만들라는 말이 뭔지 몰라서, 통신 프로그램이었던 Medicomm을 입력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대부분의 PC통신에 Medicomm이라는 아이디를 썼다. 

그 무렵, 다양한 컴퓨터 잡지들이 있었는데, 나는 '마이컴'이라는 잡지를 가장 즐겨보았다. 그 잡지에 나오는 '미래의 컴퓨터들'을 보면서, 나는 결심했다. 내가 나중에 커서 성인이 되면, 정말로 좋은 컴퓨터를 살 것이라고. 하나도 아니고 석 대, 넉 대는 살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지금 


넉 대의 PC를 가지고 있다. 한 대는 서울에 있는 집에 갔을 때 쓰는 데스크탑 PC다. 내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는 3대의 PC를 이용하고 있다. 맥미니 한 대, 13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 한 대, 그리고 ThinkPad X201i 노트북 한 대.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도대체 국문과를 전공하는 사람이 무슨 컴퓨터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소?"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여유만 된다면 더 많이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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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참으로


미친 짓 같다. 아무리 어린시절 꿈이었다지만, 내게 과연 석 대의 PC가 필요한지 자문하게 된다. 맥미니는 일반적으로 사진작업, 블로그 작성, 기타 '큰 화면을 필요로 하는 작업들'과 더불어 Mac OS X Server를 설치해서 이런저런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보통 글을 쓸 때는 씽크패드와 맥북을 번갈아가면서 쓴다. 씽크패드와는 달리 맥북은 조용해서 소설작업을 할 때 많이 이용한다. 논문을 쓸 때는 특수문자를 많이 써야 해서 윈도우 기반인 씽크패드가 더 효율적이다. 그렇다 한들, 이 PC들이 내게 과분한 것은 사실이다. 어디 그뿐이랴. 손목이 아프다고 인체 공학 마우스를 두 개나 구입했다.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을 만든답시고 값비싼 ASUS 공유기를 구입했다. 자료를 관리 및 백업을 한다며 WD의 4테라 짜리 마이 클라우드를 구입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명필은 아니었는지 좋은 글을 쓰려면 키보드의 타이핑 감촉이 중요하다며 기계식 키보드를 들였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쓰면서 블로그에 사용기도 올렸다.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도 됐다. 

문제는 돈이었다. 돈이 없어서 이런 '하드웨어들'을 구비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게 되고 블로그에 올릴 아이템도 사라지게 된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사실 노트북 한 대면 충분했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석 대의 PC가 존재하고 있었다. 내 취미가 컴퓨터라고는 해도, 늘 새로운 하드웨어들을 구입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 취미는 컴퓨터가 아닌, '컴퓨터 장비 수집'이라고.


내 컴퓨터 사용 용도를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먼저 소설을 쓰고, 논문을 쓴다. 인터넷으로 웹서핑을 하고, 사진 편집도 하며, 블로그도 한다. 나름 Mac-Fi를 저렴하게 구축해서 음악도 감상하고, 영화도 본다. 노트북이 있으니 아무래도 여행을 다닐 때 편리하다. 맥으로 외부에서 사진을 편집하던가, 카페에서 일을 할 때도 있다. 이만하면, 이만하면 나름 잘 활용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보다는 더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했다. 적어도 내 '취미가 컴퓨터 장비가 아닌 컴퓨터'라면, 이보다는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껏 어린 시절의 꿈이랍시고 구축해 놓은 시스템인데, 최소한 본전은 아니더라도 뭔가 성취감 같은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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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왕이면, '컴퓨터 장비'가 아닌 '컴퓨터 자체'를 취미로 갖고 싶었다. 내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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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한 것이 '소프트웨어'였다. 지금까지 장비는 잔뜩 사들여놓고, 정작 소프트웨어에는 문외한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컴퓨터의 재미는, 최신 기술의 하드웨어를 만져보는 것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것도 그 일부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결국 나는, '컴퓨터라는 재미있는 도구의 절반 만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래서 컴퓨터의 '나머지 절반의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리눅스를 배워보자고 생각했다. 두 권의 리눅스 관련 책을 구입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우분투와, 조금 전문적인 CentOS와 관련된 서적이었다. 맥에 가상머신을 돌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서 설치하고 우분투와 CentOS 두 배포판을 밤새 설치했다. 파티션의 개념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리눅스에 무료 클라우드 시스템인 OwnCloud도 설치해보았다. 그렇게 리눅스를 설치하면, 통째로 지워버리고 다시 설치했다. 아무래도 익숙해지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었다. 이런 작업을 하루 날 잡아서 끊임없이 반복했다. 리눅스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명령어를 입력하는 재미. 윈도우나 맥 OS만큼이나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다음에는 프로그래밍을 배워보고 싶었다. 내 손으로 뭔가를 창조하는 재미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Hello, World!'를 모니터에 출력해보고 싶었다. 그냥 취미로 배워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나중에 내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서점에 달려가 JAVA 관련 서적 한 권을 구입했다. 



PENTAX K-5


사진작업에 태블릿이 좋다고 해서 (비교적) 저렴한 와컴 타블렛을 하나 구입(빌어먹을, 장비는 늘 이런 식으로 늘어나는 법이다)했다. 사진 작업 뿐만이 아니라 웹툰 같은 것도 배워보고 싶었다. 나는 소설을 쓰지만, 한편으로는 웹툰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겸사겸사 구입했고, 이전에 구독하던 Adobe CC를 연장구독했다.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뿐만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설치했다. 조만간 관련 책들도 구입할 예정이다. 


PENTAX K-5


맙소사. 심지어 나는 아이패드 에어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이패드 에어는 내게 활용도가 제법 높았다. 논문을 읽는데 곧잘 유용했다. 작업하던 것들이 집에 있는 PC에 있는데, 급하게 그 결과물을 이메일로 보내야 할 때 아이패드와 Microsoft Remote Desktop 어플리케이션이나 VNC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맥이나 씽크패드에 원격접속해서 일처리를 마무리 한 적도 있었다. 아이패드는 그 활용도가 '소비적'인 면이 높지만, 사실 아이패드는 사용하기에 따라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언젠가 아이패드 활용과 관련된 글을 블로그에 한 번 제대로 포스팅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장비를 가지고 있다. 오로지 게임만을 위해서 컴퓨터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단순히 인터넷이라던가, 간단한 작업들을 위해 컴퓨터를 구입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용도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3백만원짜리 PC를 오로지 게임으로만 즐기기 위해 구입했다해도 그것은 개인의 가치 기준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에 나는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은 값비싼 장비를 가지고 고작 게임이나 워드, 인터넷 쇼핑이나 하십니까? 저 처럼 다양하게 활용해보세요."라고 강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이 포스팅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여러분들은 가지고 있는 컴퓨터로 충분히 즐기고 있지만, 조금 더 다가가면 컴퓨터는 더 많은 즐거움과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컴퓨터 라이프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내가 어느 날 문득, 게임도 지겨워지고, 웹서핑은 시시한데다가, 인터넷 쇼핑을 하기엔 통장의 잔고가 턱없이 줄어들어 있음을 깨달았을 때, 그냥 컴퓨터의 전원을 꺼버리지 말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라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아마 콜럼버스가 존재하던 시대에 지금과 같은 PC가 존재했다면,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대신 웹 서핑을하고 있던가, 아니면 코딩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컴퓨터란, 파고들수록 더 많은 것들이 튀어나온다. 단순히 워드작업이나, 영화감상, 게임을 즐기는 것 이외에도 컴퓨터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들은 지금 결코 저렴하지 않은 여러분들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SNS를 활용해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할 수도 있으며, 혹은 마음에 두고 있는 이성에게 보내 줄 멋진 사진 한 장을 편집 할 수도 있다. 평소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 라고 생각했던 것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웹서핑을 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한 곳에 모아 나만의 시사 분석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여러분들은 이 쓸모없는 포스팅을 읽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이제 이 창을 닫고, 본연의 기능에 단지 몇 퍼센트만 이용되고 있는 여러분들의 PC에 대한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끓여 놓고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컴퓨터는 커피를 싫어하니,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주의를 기울여서, 여러분들의 앞에 놓여 있는 컴퓨터에 대고 (마음 속으로) 물어보도록 하자. 


"너는 나를 얼마나 더 즐겁게 해 줄 수 있니?"


  1.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4.12.26 03:18 신고

    저도 아직 제가 갖고 있는 맥북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ㅠ ㅠ 논문이랑 블로그 용으로 사용하고 사진편집정도 ㅎㅎ 게임을 한다면 심시티 정도인데.. 그건 하지 않으니 패스하겠습니다. 좀더 더 많이 활용할수 있는 것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저도 새로운 os는 설치하고 보는 편인데... 리눅스도 이리저리 해보니 재미있더군요 ㅎㅎ 윈도우는 이제 쓰지 않으려 노력중입니다. 사무실에서만 쓰려구요 어떻게든지 ....

  2. 씽크패드 2015.04.21 16:15 신고

    000님 안녕하세요, 씽크패드 마케팅팀입니다! 씽크패드에 대란 리뷰를 찾아보다가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현재, 페이스북과 레노버클럽에서 씽크패드 유저들만을 위한 혜택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30만원 상당의 씽크패드 패키지도 선물부터, 트위스트 마웃, 페이퍼 토이까지 선물 드리고 있으니, 한번 방문하셔서 참여 부탁드릴께요!
    씽크패드 매니아 3호를 찾아라! url
    http://www.lenovoclub.co.kr/event/2015/thinkpadmania4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저희 씽크패드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 정새롬 2015.07.18 10:53 신고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국문과 출신이셔서 더 그런것 같네요.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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