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 K-5


충청남도 서산에 태봉리라는 곳이 있다. 

딱히 볼 만한 경치도, 풍경도 없는 이 한적한 곳은, 그러나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어떤 것이 있다. 

도시의 삶을 살아왔던 내게 시골은 라캉이 말했던 소문자 a, 혹은 프루스트의 소설에 나오는 마들렌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음산하지만, 한적한 이 곳에서 아주 잠깐 눈에 띄는 풍경하나를 발견했다. 웅장하지도, 아기자기하지도 않은, 그러나 잠시 머물게 하고 싶은 기분이다. 

이제 시골은 사라지고 있다. 산의 높이가 낮아지는 대신, 아파트의 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시의 편리함이 시골에서의 한적함을 잠식한다. 

시골은 한 때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찾는 안락의자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런 시골들이 사라져가고, 점점 그럴 듯한 도시화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Fin.



Canon EOS 6D


늘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몇 년 동안 보아왔던 풍경. 어느 날 새벽에 안개가 자욱했다. 

장막같은 안개는, 보이고 싶지 않은 풍경을 교묘하게 가린다. 그래서 늘 보아왔던 풍경은 신비롭게 느껴진다. 

나도 이것이 안개의 장난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뿌연 유리 너머를 보는 기분이다. 

유리 너머로 아마도 그 풍경의 짓궂은 미소가 보일지도.

  1. 2015.10.23 11:41

    비밀댓글입니다

Canon EOS 6D


나는 프로 사진가는 아니다. 그냥 취미로, 혹은 내 자신의 평화(?)를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취미로 사진을 찍는 누군가에 불과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을 십 년 찍었다. DSLR을 쓴지는 대략 육 년. 다른 사진가들에 비해 미천한 경력이다. 그러나 이런 경력을 가지고도 내 나름대로의 사진에 대한 철학은 꾸준히 쌓아왔다. 마음가짐이랄까. 거창해보이고 싶진 않지만 나 자신이 사진이라는 것을 접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이 있다. 

어쨌든 사진을 취미로 삼고, 진지하게 접근해보려는 이른바 '초보' 작가들이 있다. 나는 그러나 그들을 '초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든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사진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펜을 잡고, 종이에 무엇이라도 쓰기 시작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하듯 말이다. 

이 포스팅은 카메라를 구입했지만, 좋은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글이다. 그들에게 이 포스팅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약간이나마 사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필자 역시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1. 장비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장비. 취미 생활의 장점은 바로 장비에 있다. 아니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있다고나 할까. 카메라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고성능, 뽀대, 편리한 조작. 언제부턴가 카메라 장비는 그 장비를 소유한 사람에 대한 실력의 척도가 되었다. 마치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부의 척도가 되듯. 보급기를 든 사람은 초보, 혹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정의되고, 중급기 이상 플래그십 수준의 장비를 지닌 사람은 거의 프로작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장비가 좋다고 프로작가(나는 프로작가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장비에 대한 집착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첫 카메라'의 구입이다. 나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한 방에 가라'는 말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용어는 '합리적 선택'이다.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는데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바로 '중급기'를 구입하는 것이다. 중급기 카메라는 입문기 카메라보다는 가격이 더 나가고, 플래그십(혹은 고급장비)보다는 가격이 덜 나간다. 그러나 중급기는 플래그십 장비에 준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화소가 조금 부족하다거나, 연사가 조금 딸린다던가, 고감도 노이즈가 조금 더 생길 뿐이다. 

카메라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순위를 둔다면 나는 주저없이 '조작의 편리함'을 들겠다. 고화소도 아니고, 판형(풀프레임, 혹은 크롭바디)도 아니다. 바로 조작이 얼마나 편리한가에 따라 사진을 찍는 재미며, 더 나아가서는 사진의 질이 판가름난다고 본다. 

뷰파인더를 보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손은 오른손일 것이다. 굳이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더라도, 오른손만으로 카메라의 여러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쾌적하고 편리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 손에 카메라가 얼마나 익숙해지느냐는 얼마나 좋은 사진을 빨리 찍을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명제와 이어진다. 가장 이상적인 카메라는 다이얼이 두 개이며, 노출고정 버튼이라던가 ISO 버튼, 측광버튼, 화이트밸런스같은 필수적인 기능들의 버튼이 외부로 나와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사진을 조금 더 찍다보면, 이 세 개의 버튼과 두 개의 다이얼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필자가 주로 쓰는 카메라 중 캐논의 6D는 결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카메라는 아니다. 화이트밸런스 버튼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캐논 6D의 경우는 Q버튼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 버튼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화이트 밸런스를 바꿀 수 있다. 그런면에서 필자가 메인으로 쓰는 또 하나의 카메라인 펜탁스 K-5는 조작성 면에서 거의 만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필요로 하는 모든 버튼들이 외부에 나와있는 것이다. 

중급기 카메라가 소위 말하는 장비병에서 우리를 구원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장비에 대한 집착은 자칫 후에 이야기할 '피사체'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장비는 계급이 아니다. 더 좋은 장비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더 좋은 사진을 찍으리란 보장은 없다. 

렌즈도 마찬가지다. 구색을 맞춘답시고 화각별로 렌즈를 구비하는 일이 많은데 그것은 솔직히 말해 돈낭비나 다름없다. 렌즈는 자신의 사진촬영 성향에 맞게 구입해야 하는데, 아직 처음 사진을 배우는 단계에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할 수 없다면 일반 번들렌즈로도 충분하다. 번들렌즈는 보통 18미리에서 55미리(혹은 50미리)까지의 화각을 커버하는데, 광각에서 준 망원까지를 간편하게 찍을 수 있다. 번들로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이 어떤 화각의 사진을 즐겨 찍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진촬영, 그러니까 스포츠 촬영이라던가 새를 찍는 것이 아니라면 망원렌즈는 솔직히 구입해도 별 쓸모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여행을 가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의외로 광각렌즈이다. 광각렌즈는 거의 '전천후' 렌즈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렇다면 렌즈는 18-50 정도에 조리개 값이 밝은(보통은 F2.8 고정조리개) 렌즈 하나를 구매하면 된다. 만약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입했다면, 거기에 50mm 표준 단렌즈 하나 정도를 더 구매하면 스냅사진을 촬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겉멋만 들어 잘 쓰지도 않는 백통이니 뭐니 이런저런 값비싼 렌즈들을 잔뜩 구매해서 장비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필자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약간은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불필요한 렌즈들을 살 돈이면 여행경비로 쓰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비를 구매할 때 포인트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성능을 가진, 그러니까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높은 사양의 카메라를 사는 것이다. 렌즈는 두 개 정도가 적당하고, 욕심을 낸다면 화각별로 한 개씩(광각, 표준, 망원)만 갖추면 된다. 50mm표준렌즈는 가능하다면 1.4렌즈로 구입하면 좋고, 여의치 않으면 F1.8렌즈도 상관없다. 다만 표준줌 렌즈를 구매한다면 조리개값이 F2.8 고정조리개로 구입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본다. 망원렌즈는 무리해서 낮은 조리개값을 가진 렌즈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F4정도면 적당하고, 거기에 손떨림방지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망원렌즈를 쓰려면 조리개를 적당히 조여야 하고(이것은 광각도 마찬가지다. 풍경사진을 찍는데 최대개방을 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광각의 경우 조리개값이 F2.8 고정조리개를 가진 서드파티 렌즈군들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관계로 가급적이면 F2.8조리개를 가진 렌즈를 사는 것이 두루두루 좋을 것이다. 특히 표준줌렌즈 하나만 쓴다면 더욱 더 F2.8 고정조리개 렌즈가 좋다.) 어차피 삼각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장비에 대한 집착은 사진을 찍는 행위에 방해가 된다. 좋은 장비를 가질 수록 더 좋은 장비를 원하게 된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장비병 환자'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대들은 과연 가지고 있는 장비의 성능을 100% 전부 이용해 본 적이 있는지말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가진 장비를 100%, 아니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플래그십보다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노력과 열정으로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다면, 여러분들에게는 장비보다 피사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2. 피사체에 집착하라


여기서 피사체에 '집착'하라는 의미는 좋은 피사체를 찾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한 장소에서 기다린다거나,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순간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여행을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장비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 결국 우리는 '장비에 잠식당하는' 꼴이 되겠지만, 피사체는 그렇지 않다. 피사체는 마치 두더쥐 게임과 같아서, 그럴듯한 피사체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피사체에 대한 집착'은 '피사체에 대한 집중'과도 같은 말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피사체를 찾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얼핏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은 피사체를 발견했는데, 막상 사진을 찍고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것과, 카메라의 렌즈가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했던 것과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것의 간극을 좁혀가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려면 같은 피사체를 여러번 찍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좋은 피사체를 찾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피사체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예컨대 희귀한 꽃을 찍고 남이 찍지 못하도록 꺾어버린다던가 하는 식의 상식밖 행동들은 집착이 아닌 광기나 다름없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집착'이란, 마치 글을 쓸 때 좋은 문장, 좋은 단어를 찾아다니는 것과 같다.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렌즈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피사체, 더 좋은 풍경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3. 걸어라, 카메라를 메고. 


자기 소유의 차가 있다면 물론 사진촬영을 하는 데 더 없이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많이 걸어다니는 것이 좋다. 차를 이용하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풍경도, 대중교통이나 기차를 이용하면 놓치지 않거나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피사체를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되도록 가방은 가볍게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방이 무거우면 몸이 지치게 되고, 그렇다보면 결국 여행의 의미도 없어질 뿐더러 초반부터 기운이 빠지게 마련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있다면 그날의 컨셉을 정해서 그에 맞는 카메라와 렌즈만 가지고 다니자. 

많이 걷는 것은 비단 사진촬영 뿐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운전을 하게 되면 운전에만 집중하지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보다 다양한 것을 여유있게 바라보고, 사색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이라는 취미가 주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일게다.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서 늘 맞부딪히게 되는 근원적인 고민, 그러니까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내가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담는 것. 그럼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장점들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이다. 현대인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회생활에 찌들어사는 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이며, 사진이라는 취미는 충분히 여러분들에게 여유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4. 혼자 공부하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필자 또한 사진을 찍으면서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 익혔다. 이론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혼자 여러 방법으로 찍어보다보니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기쁨이 있다. 

보통 우리는 사진을 배운다며 동호회에 가입을 하게 된다. 혹은 단체로 출사를 가거나.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과연 여러분들에게 얼만큼의 도움이 될까. 내 생각에는 차라리 사진집이라던가, 혹은 유명 사진가들의 홈페이지를 보는 것이 더 많은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순수하게 사진 자체에 대한 탐구를 하는 모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동호회라는 것이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는 내 개인적인 편견이 작용하고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단체 출사라던가 동호회 출사 같은 것을 거의 가 본적이 없다. 어디가서 사진을 배워본 적도 없다. 필자는 철저하게 혼자 공부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커뮤니티에 질문을 했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는 데 있어 카메라 메뉴얼이 큰 도움을 주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카메라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 적인 것, 즉 조리개, 측광, 화각 만 알면 거의 다 배운것과 다름없다. 나머지는 테크닉의 영역이고, 이런 테크닉들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다. 


5. 빛을 이용하라


카메라는 빛의 예술이다. 빛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피사체라도 사진은 달라진다. 요즘에는 디지털 기술이 좋아져서 빛을 임의로 조작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자연광만큼 훌륭한 빛은 없다.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 그리고 저녁 무렵이다. 이 시간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이 때의 빛은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시간이 가장 짧기도 하다. 

빛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측광'을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카메라 메이커마다 명칭은 약간씩 틀리지만 일반적으로 평가 측광, 부분 측광, 스팟 측광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보통은 평가 측광을 많이 이용하지만 스팟 측광도 잘 이용하면 독특한 사진이 나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너무 햇빛이 밝은 시간에는 어떤 피사체를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빛이 밝을 때는 그 밝음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빛이 거의 없을 때는 남아있는 최소한의 빛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빛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사진의 고수나 다름없다. 


이렇게 다섯 가지 외에도 몇 가지 덤으로 충고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일단 카메라는 늘 가지고 다니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DSLR이 부담스럽다면 똑딱이라도, 똑딱이 조차도 여의치 못하다면 스마트폰으로라도 꾸준히 사진을 찍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여유가 된다면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으로 간단히 보정하는 방법 정도는 배워두는 것이 좋다. '보정은 진정한 사진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DLSR은 기본적으로 각 메이커마다 보정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찍는 JPEG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보정'을 해서 출력해 보여주는 이미지인 것이다. 그러니 DSLR로 사진을 찍으면서 '보정은 사진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모순인 것이다. 과도한 보정이라도 사진의 컨셉에 맞는다면 상관없다. 사진은 내가 표현하기에 따라 보급기나 중급기, 고급기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도구로써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벼슬이 아니다. 카메라가 나를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더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크롭바디를 가지고 있다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 똑딱이로 무슨 사진을 찍느냐고 말하는 사람들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장비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요즘에는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내가 이 카메라를 살 때만 해도 큰 돈을 주고..." 따위의 말들은 소용이 없다. 카메라를 박스에서 꺼내는 그 순간부터, 그 카메라는 구형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라. 이런 일련의 행동들,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내가 가진 장비로 했던 노력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다. 

  1. 깊은눈 2014.05.06 18:52 신고

    공감되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_^

  2. Favicon of http://ran.innori.com BlogIcon 선배/마루토스 2014.05.07 09:59 신고

    좋은 피사체...조차도 큰 주제를 위한 소재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 부분만 빼고 공감합니다.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05.07 11:39 신고

      사진 생활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결국 결론은 마루토스님의 말씀대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주제'에 대한 문제를 잠시 간과하고 있었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

카메라의 세계는 아주 이상하다. 장비의 외양, 가격과 스펙에 의해 사진을 찍는 이의 내공이 결정된다. 나는 실용주의자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진을 취미로 가짐에 있어 '합리성'이라는 것을 꽤나 따지는 편이다. 어떤 이들은 사진을 찍는 행위를 '프로'와 '아마추어', 혹은 '취미'와 '직업'으로 구분시킨다. 물론 이러한 구분이 틀린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는 것이 직업인 이들은, 자신들의 도구에 민감하다. 직업에 걸맞는 도구를 선택해야 하고, 평생직업이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유독 '장비병'에 걸린 사람들이 자신의 장비를 자랑하고, 타인의 장비를 깎아 내리는 등, 일종의 '계층'을 형성시킨다는 점이다. 자신이 고가의 장비를 큰 마음 먹고 구입했으니 다른 이들과 차별화를 두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현대는 디지털 세계이고, 결국 디지털의 수명은 과거의 기계들 만큼이나 길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신제품이 등장하는 이 시대에, 상향 평준화가 되어있는 디지털 기기의 차별화가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캐논의 6D가 사진을 취미로 삼는 이들에게 호불호가 나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6D의 단점으로 셔터속도를 지적한다. 적잖은 가격이고, 나름대로 중급기에 속하는 카메라의 셔터속도가 1/400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나도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나 니콘의 보급형(?) 풀프레임 DSLR인 D600의 경우도 셔터속도는 1/4000이다.

어떤 사람들은 6D를 사느니 돈을 더 보태 5D MARK III를 구매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가격차이는 무려 150만원 가까이 난다. 이 포스팅은 셔터 속도 때문에 6D의 구입을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작성되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겠지만, 그래도 이 포스팅이 참고가 되었으면 싶다.

 

먼저 아래의 사진들을 보자.

 

 

Canon EOS 6D

필터를 쓰지 않은 경우

 

Canon EOS 6D

B+W 007 CLEAR MRC nano XS - Pro Digital

Canon EOS 6D

B+W F - PRO ND4 필터

사진 아래 설명을 붙였지만, 차례로 보면 맨 위가 필터를 쓰지 않았을 경우, 그 다음 것은 일반적으로 장착하고 다니는 UV필터, 맨 마지막 사진이 ND4 필터이다. 촬영 환경이 실내 형광등 하에서 촬영하였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뒷 배경에서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ND4 필터는 셔터 속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주광하에서 최대 조리개 값이 1.4인 단렌즈를 썼을 경우 셔터속도가 1/4000을 오버하였을 때, 셔터 속도를 낮춰주는 것이다. ND4는 셔터속도를 1/4로 낮춰준다. 위의 두 사진은 1/200초로 촬영된 반면, 마지막 ND4 필터를 장착하고 찍은 사진은 1/50으로 촬영되었다. 다른 사진을 보도록 하자.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ND4를 이용했을 경우, 색틀어짐 현상을 지적한다. 실제로 위의 사진에서도 약간의 색 변화가 있긴 하다. 그러나 다음 사진을 보자.

 

 

Canon EOS 6D

노필터

 

Canon EOS 6D

B+W 007 CLEAR MRC nano XS - Pro Digital

Canon EOS 6D

B+W F - PRO ND4 필터

Canon EOS 6D

노필터

 

Canon EOS 6D

B+W 007 CLEAR MRC nano XS - Pro Digital

Canon EOS 6D

B+W F - PRO ND4 필터

위의 여섯 장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색의 변화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촬영환경이 완벽하지 않다. 변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진촬영을 하는데 있어 ND4필터가 '색이 틀어질' 정도로 입시방편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ND4필터는 그러나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면 실제로 색이 이상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ND4필터는 가급적 고급 제품으로 구매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B+W제품이나 Kenko ZETA 제품 정도를 구입하면 별다른 색의 변화없이 1/4000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ND4 필터를 고려함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ND4로 구입할 것이냐 ND8로 구입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ND8의 구매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ND8은 셔터 속도를 1/8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1/4000초의 셔터스피드를 1/500으로 낮춰주는 것이다. ND4는 1/1000으로 낮춰준다. ND필터는 셔터속도를 낮춰주는 역할 이외에 특수한 다른 목적에도 이용된다. 저속 셔터가 필요할 때가 그때이다. 이러한 저속셔터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면 ND8은 여러모로 불편할 것이다. 일단 ND4 필터만 써도 뷰파인더가 어두워진다. 그러나 실내에서는 다소 '불편할 정도'로 어두워지는 반면, ND8은 (써보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어두워질 것이 뻔하다. 그러니 만일 단순하게 셔터 속도 때문이라면 ND4 필터를 하나 구매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사진촬영을 하면서 최대개방으로 뒷배경을 날려야 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보통은 6D의 감도를 50으로 내려서 찍는 방법이 있고, 그래도 노출이 오버가 되는 상황이 온다면 조리개를 1.6, 1.8, 2.0으로 조여주는 방법이 있다. 조리개 2.0만 해도 충분히 뒷배경은 날아간다. 그러면 왜 밝은 렌즈를 씁니까? 라고 누가 묻는다면 밝은 렌즈가 실내에서 무척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낮에 햇빛이 쨍한 날, 인물 사진을 찍는데 50mm F1.2L 렌즈로 최대개방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물론 답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은 1/8000초에서도 충분히 노출오버가 될 수 있는 상황이며, 설령 1/8000초에서 노출오버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ND4 필터를 쓰면 1/2000초가 되니 충분히 쓸만하다.

 

사진을 찍으면서 변수는 많다. 번번히 ND필터를 갈아끼울 수 있는 번잡함도 있다. 그래서 카메라에는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내가 ND4 필터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ND4는 일단 야외에서는 굳이 뺏다끼웠다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 그냥 UV필터를 끼워 쓰듯, 쓰면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1/8000초를 쓸 일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1/8000을 쓸 일도 없다. 뒷배경이 스케치북에 번진 물감마냥 형체도 알아 볼 수 없도록 날아가 버리는 사진이 과연 얼마나 좋은 사진일까.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뒷배경을 날려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인물을 부각시킬 때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사진들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지 않는 이상, (설령 그런 사진들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더라도 6D에 ND4필터를 쓰면 된다.) 1/4000초의 셔터스피드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스펙이나 편의성을 두고 취미용, 전문가용을 구분한다. 그러나 나는 카메라만큼은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사진에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디지털 카메라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화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과물'만을 놓고 봤을 때 차이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중급기를 이용하고 있다. 5D라던가, 5D MARK 2가 그렇다. 이들의 센서는 구형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과 새로 나온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분간하기 어렵다. 물론 색감같은 것들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6D를 구매하고 싶지만, 몇 가지 단점들로 인해 구매가 망설여지는 분들은 자신이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사진이나 조류 사진처럼 빠르고 정확한 AF가 필요한 경우는 5D MARK 3 이상급으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150만원의 가격차이다. 정확한 AF와 수시로 설정을 바꿔야 하는 환경에서 촬영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150만원이라는 가격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정적인 피사체, 혹은 인물, 혹은 스냅이나 풍경 같은 사진들을 주로 찍을 것이라면 이 150만원은 괜찮은 고급 렌즈 한 개 값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 6d 사용자 2014.11.10 11:32 신고

    필터 뭐쓸지 고르고 있었는데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50/1셔터속을 유지 하는게 중요해서 nd4하나 장만하려합니다.

  2. 가이포크스 2015.06.24 12:37 신고

    정말 좋은글입니다. 셔속에 대한 지론에는 격공하고 ND4와 ND8을 검색하던중 발견했네요 ㅎㅎㅎ


Canon EOS 6D


사진관련(혹은 카메라 관련) 커뮤니티에 소위 1면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때로는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반쯤 벌거벗은 여인네들의 사진 밑으로 그러한 사진의 의미를 강제적으로 부여하려는 듯 적어놓은 오글거리는 문장들을 볼 때면, 심지어 공허해지기까지 한다. 덧붙이자면, 그런 사진들의 밑에 붙는 덧글들, 그러니까 "좋은 시선", "아름다운 모습" 등의 칭찬 일색 글들은 사실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끔 만들기까지 한다. 


우리는 왜 사진을 찍는가.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질문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사진을 찍기위한 도구, 즉 카메라 혹은 장비에 대한 의문일 것이다. 

나는 (보급형이라고는 해도) 적잖은 금액을 투자하여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입하기까지 수많은 시간들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한 고민은 내가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카메라가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스스로 풀프레임 카메라에 대한 필요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몇 달 간을 심사숙고 한 뒤에 그것도 보급형 풀프레임에 단렌즈 하나를 구입한 것이다. 

풀프레임 카메라는 필름 시절을 디지털로 복기시킨 것과 다름없다. 아날로그적인 판형을 강제로 디지털화 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필름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풀프레임 카메라'란 어쩌면 다른 이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은 슬픈 생각이 들었다. 필름카메라가 몰락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저렴한 가격에 '풀프레임' 카메라로 신중하게 사진생활을 했을 것이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정작 찍어야 할 피사체가 마땅치 않다면 그보다 더 당혹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누구나 찍는 평범한 꽃과, 나무와 구조물 밖에 없다면 기백만 원을 투자하여 구입한 장비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다른 누군가를 열광시키기 위해, 그리고 '본전'이라도 뽑자는 심정으로 모델촬영을, 때론 선정적이기까지 한 사진들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리고 싶은 욕망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신하자면 그런 사진들에게서 '영혼'이란 보이지 않는다. 


무슨 개소린가. 사진에 영혼이라니. 어쨌든 취미 생활은 존중받아야 하고, 그래서 내가 무슨 피사체를 찍든 그것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사진은 사진일 뿐. 즐기면 그만이 아닐까, 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물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렇게 공허한 셔터질을 해댔을 때 느껴지는 만족감 이면에 다가오는 허무함은 어쩌란 말인가. 허무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상관없지만, 그런 사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사진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사진을 감상하는 이들이 알지 못한다면, 그 사진은 피사체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하지 않고 찍은 '공셔터'에 불과한 것이다. 나 혼자 감상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사진을 감상한다면,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은 피사체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입한 뒤, 한 가지 좋았던 점은 피사체에 대해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것이다. 크롭바디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좀 더 다양해진 것이다. 풀프레임에서 그 어떤 화각의 손실도 입지 않은 50mm의 화각이 때로는 풍경에, 때로는 스냅 촬영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렌즈 하나로 가능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뭐랄까, 크롭바디를 이용했을 때보다 좀 더 풍요로워졌다고나 할까. 그런데 일전의 모 커뮤니티의 6D에 대한 '기기적 논쟁'들을 보면서 결국 상급기종보다 '약간 불편할' 지언정 결과물에 차이는 없는데 왜 이러한 논쟁들이 생겨나는지에 대해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이러한 나의 몰이해는 "도대체 이 수많은 사람들이 어째서 저렇게 비싼 장비들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확장되어갔다. 개중에는 물론 상업작가나 프로작가들이 포함되어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취미 생활'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때론 왠만한 차 한 대 값 정도 되는 장비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부럽다기 보다는 "무엇을 찍으려고?"라는 의문이 앞서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장비란, 사진과 연관이 된다. 아빠백통, 엄마백통이 아무리 좋고, 캐논 유저라면 꼭 써봐야 하는 렌즈라 할지언정, 내가 망원렌즈를 이용할 일이 없다면 그 렌즈는 내게 필요한 렌즈가 아니며, 당연하게도 구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뽀대'가 난다고 해서 백통을 구입한다면, 그보다 더 낭비는 없는 것이다. 


내가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입하면서 단순히 50mm 단렌즈 하나만을 구입한 이유는 광각 풍경사진으로는 이미 펜탁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풍경 사진의 용도에 있어서 펜탁스 카메라의 색감을 따라올 기종은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캐논 카메라는 예쁘고 매력적인 색감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 예쁘고 매력적인 색감이 내가 볼 떄 풍경사진에서는 어떤 종류의 '이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 눈이 적응이 덜 됐기 때문이겠지. 


좋은 장비가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은 '분명한 팩트'인 것이다. 그러나 나쁜 장비 또한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낸다. 사실 요즘의 장비들은 어느 것 하나 나쁜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은 없다. 다만 이제는 사진의 화질이나 색감이 아닌, '어떤 사진'을 '표현'해야 할까, 의 문제인 것이다. 좋은 장비가 좋은 사진을 뽑아 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만들어 낸다고는 볼 수 없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카메라가 아닌 사진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가 오는 날은 카메라를 제습함에 넣어두거나 방 안에서 음식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산을 쓰고,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온다면 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는 '피사체'가 아닌 '이야기'를 찍어야 할 시점이 온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미래의 언젠가, 비가 오던 어떤 날의 사진을 다시 뒤적거렸을 때, 그때의 이야기들이 생각나며 미소를 지을 때가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1. 2013.07.0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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