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취미로 즐기는데 있어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이러한 도구들은 여러분들이 보다 편하고, 쉬우며, 안전하게 사진을 취미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카메라 전용 도구들'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1. 편한 운동화


나는 개인적으로 사진을 촬영하러 다니면서 카메라 가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운동화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게 되면 많이 걷게 된다. 편한 운동화는 이렇게 많이 걷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도구이다. 제아무리 값비싼 렌즈라하더라도 좋은 운동화 한켤레 보다는 못하다. 최고급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닌다해도, 발이 아파서 많이 걷지 못한다면 마음먹었던 출사는 물거품이 되거나 소모적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굳이 메이커를 따질 필요도 없다. 내가 신어보고 가장 편한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라. 여러모로 보나 그것이 다른 카메라 장비보다는 더 효과적인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2. 현금


시골로 출사를 가다보면 가장 필요한 것이 현금이다. 인적이 드문 곳에 출사를 가게 되면, 십중팔구 오래된 수퍼마켓 하나만 달랑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곳에서 음료수 하나를 구매하면서 신용카드를 건네는 것은 실례일 것이다. 택시도 그렇다. 시골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내 미래의 배우자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지루한 일이 될 수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때로는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 시골의 택시기사들은 카드 결제에 결코 관대하지 않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느니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다니는 편이 낫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오만원 권 지폐보다는 만원짜리 지폐 두어 장에 천원짜리 지폐들을 챙기면 좋다. 동전주머니를 하나 따로 마련해서 카메라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면 편리하다.


3. 태블릿





태블릿은 사진을 리뷰하기에 무척 좋은 도구이다. 태블릿이 발매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눈꼽만한 카메라 액정에 의지해야 했다. 사진이 제대로 나왔는지, 혹은 원하는 색감으로 찍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태블릿이 등장한 뒤에는 이러한 걱정이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어도비사의 라이트룸이라던가 포토샵도 태블릿용으로 출시되었다. 아이패드에서는 카메라 킷을,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는 OTG케이블만 있으면 굳이 와이파이가 되지 않더라도 손쉽게 사진을 태블릿으로 전송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다양한 보정프로그램으로 사진을 보정하고, 심지어는 SLR클럽이나 500px,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곳에 손쉽게 사진을 업로드  할 수 있다. 최근 태블릿들은 액정의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서 적절한 리뷰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와이파이가 지원되는 SD카드가 출시되었지만 굳이 와이파이가 지원되는 SD카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최근의 태블릿들은 무게도 가볍다. 며칠 간 여행을 떠나도 꼭 무거운 노트북을 챙겨야 할 필요도 없다. 태블릿이 있다면 여러분들의 사진 생활이 좀 더 편리해질 것이다. 


4. 모니터



Leaf Aptus-II 10(LI301762 )/Large Format

사람들이 생각보다 모니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는 무척 놀랐다. 모니터는 카메라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다고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것도 아니어서 왠만한 IPS 패널을 지닌 23인치 광시야각 모니터들은 20만원 대 전후로 팔리고 있다. 모니터가 왜 중요한지는 여러분들이 아마도 더 잘 알 것이다. 내가 사진을 아무리 잘 찍은들, 허접한 모니터로 보면 사진도 허접해 보인다. 최근 카메라들은 아무리 보급기라 할지라도 고사양으로 출시되어서, 왠만하면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만, 그렇다고 구닥다리 모니터로 봐도 예쁘게 '보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여러분들이 불필요한 카메라 장비에 돈을 투자하지 말고 좋은 모니터를 구입하기를 권한다. 좋은 모니터야말로 사진 생활에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5. 음악



 

좋은 음악은 여러분들의 예술적 감각을 북돋아 준다.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찍으면, 그렇지 않을 때와 감성적인 부분에서 상당부분 차이가 느껴짐을 알 것이다. 특히 혼자 출사를 다니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음악은 거의 필수나 다름없다. 단, 너무 큰 소리로 음악을 들으면 로드킬을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6. 분위기 좋은 카페


당연히 카페는 도구가 아니다. 그러나 카페를 이 섹션에 넣은 이유가 있다. 출사를 다니다보면 우리는 때로 지치게 마련이고, 그래서 쉬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는 것이 좋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리뷰하고, 카페 내부를 촬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도 있다. 커피 맛이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 앉아있지는 말자. 시간은 유한하고, 찍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7. 편한 옷


출사를 나갈 때는 최대한 편한 옷으로 입자. 그렇다고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가라는 말이 아니다. 처음에 언급했던 편한 운동화, 그리고 되도록이면 청바지를 챙겨 입는 것이 좋다. 옷은 너무 헐렁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출사를 나갈 때 옷은 아주 중요하다. 여기엔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한 번은 어느 지방대학의 뒷산에 사진을 찍으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반바지에 운동화, 반팔을 입고 있었다. 여름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복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가볍게 몇 컷 찍으러 간 것인데,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려 할 때 내 아랫배에 뭐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벌레에 물려 부풀어 오른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알고보니 진드기가 아니었던가. 마침 그때 살인 진드기로 한창 시끄러울 때라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처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다행히 살인 진드기는 아니었다.)

어쨌든 복장에 조심해야 한다. 뱀이 있을 수도 있고, 몸에 해로운 해충들이 늘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도시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상관없겠지만, 산이나 숲으로 간다면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긴팔과 긴바지를 챙겨 입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8. 파우치


파우치는 의외로 소중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렌즈들이나, 혹은 렌즈캡, 다양한 카메라 액세서리들을 넣을 수 있다. 파우치는 일반적으로 외장하드를 구매하면 딸려오는 파우치가 가장 좋다. 또한 카메라 샵에서 주는 천으로 된 파우치들도 될 수 있으면 많이 챙겨두자. 그 외에도 오픈 마켓을 보면 다양한 종류의 저렴한 파우치들을 팔고 있으니 필요하면 몇 개 정도 구매해 두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파우치를 이용하면 카메라 가방 정리가 수월해진다. 


9. 핸드폰 충전기


위험한 세상이다. 출사를 나갔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핸드폰 충전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챙겨나가자. 


10. 사탕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우리 부대는 행군으로 유명한 부대였다. 행군을 하게 되면 늘 지급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탕이다. 많이 걸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사탕은 중요하다. 껌이 더 낫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사탕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껌은 씹다보면 지치기 때문이다. 종류는 상관없지만 되도록 오랫동안 녹여 먹을 수 있는 것이 좋다. 사탕이 있다면 담배를 끊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볼 수 있다. 


이상 열 가지 도구들 외에도 여러분들 나름대로의 필수품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출사를 나감에 있어서 그냥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밖으로 나오면 여러가지 난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가벼운 출사라 할지라도 준비는 필요하다. 이러한 도구들은 여러분들의 사진 생활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줄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전문가답게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사진을 취미로 삼을 때는 카메라나 렌즈, 값비싼 고급 필터나 카메라 가방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Canon EOS 6D


나는 프로 사진가는 아니다. 그냥 취미로, 혹은 내 자신의 평화(?)를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취미로 사진을 찍는 누군가에 불과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을 십 년 찍었다. DSLR을 쓴지는 대략 육 년. 다른 사진가들에 비해 미천한 경력이다. 그러나 이런 경력을 가지고도 내 나름대로의 사진에 대한 철학은 꾸준히 쌓아왔다. 마음가짐이랄까. 거창해보이고 싶진 않지만 나 자신이 사진이라는 것을 접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이 있다. 

어쨌든 사진을 취미로 삼고, 진지하게 접근해보려는 이른바 '초보' 작가들이 있다. 나는 그러나 그들을 '초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든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사진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펜을 잡고, 종이에 무엇이라도 쓰기 시작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하듯 말이다. 

이 포스팅은 카메라를 구입했지만, 좋은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글이다. 그들에게 이 포스팅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약간이나마 사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필자 역시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1. 장비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장비. 취미 생활의 장점은 바로 장비에 있다. 아니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있다고나 할까. 카메라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고성능, 뽀대, 편리한 조작. 언제부턴가 카메라 장비는 그 장비를 소유한 사람에 대한 실력의 척도가 되었다. 마치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부의 척도가 되듯. 보급기를 든 사람은 초보, 혹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정의되고, 중급기 이상 플래그십 수준의 장비를 지닌 사람은 거의 프로작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장비가 좋다고 프로작가(나는 프로작가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장비에 대한 집착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첫 카메라'의 구입이다. 나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한 방에 가라'는 말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용어는 '합리적 선택'이다.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는데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바로 '중급기'를 구입하는 것이다. 중급기 카메라는 입문기 카메라보다는 가격이 더 나가고, 플래그십(혹은 고급장비)보다는 가격이 덜 나간다. 그러나 중급기는 플래그십 장비에 준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화소가 조금 부족하다거나, 연사가 조금 딸린다던가, 고감도 노이즈가 조금 더 생길 뿐이다. 

카메라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순위를 둔다면 나는 주저없이 '조작의 편리함'을 들겠다. 고화소도 아니고, 판형(풀프레임, 혹은 크롭바디)도 아니다. 바로 조작이 얼마나 편리한가에 따라 사진을 찍는 재미며, 더 나아가서는 사진의 질이 판가름난다고 본다. 

뷰파인더를 보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손은 오른손일 것이다. 굳이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더라도, 오른손만으로 카메라의 여러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쾌적하고 편리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 손에 카메라가 얼마나 익숙해지느냐는 얼마나 좋은 사진을 빨리 찍을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명제와 이어진다. 가장 이상적인 카메라는 다이얼이 두 개이며, 노출고정 버튼이라던가 ISO 버튼, 측광버튼, 화이트밸런스같은 필수적인 기능들의 버튼이 외부로 나와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사진을 조금 더 찍다보면, 이 세 개의 버튼과 두 개의 다이얼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필자가 주로 쓰는 카메라 중 캐논의 6D는 결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카메라는 아니다. 화이트밸런스 버튼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캐논 6D의 경우는 Q버튼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 버튼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화이트 밸런스를 바꿀 수 있다. 그런면에서 필자가 메인으로 쓰는 또 하나의 카메라인 펜탁스 K-5는 조작성 면에서 거의 만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필요로 하는 모든 버튼들이 외부에 나와있는 것이다. 

중급기 카메라가 소위 말하는 장비병에서 우리를 구원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장비에 대한 집착은 자칫 후에 이야기할 '피사체'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장비는 계급이 아니다. 더 좋은 장비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더 좋은 사진을 찍으리란 보장은 없다. 

렌즈도 마찬가지다. 구색을 맞춘답시고 화각별로 렌즈를 구비하는 일이 많은데 그것은 솔직히 말해 돈낭비나 다름없다. 렌즈는 자신의 사진촬영 성향에 맞게 구입해야 하는데, 아직 처음 사진을 배우는 단계에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할 수 없다면 일반 번들렌즈로도 충분하다. 번들렌즈는 보통 18미리에서 55미리(혹은 50미리)까지의 화각을 커버하는데, 광각에서 준 망원까지를 간편하게 찍을 수 있다. 번들로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이 어떤 화각의 사진을 즐겨 찍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진촬영, 그러니까 스포츠 촬영이라던가 새를 찍는 것이 아니라면 망원렌즈는 솔직히 구입해도 별 쓸모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여행을 가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의외로 광각렌즈이다. 광각렌즈는 거의 '전천후' 렌즈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렇다면 렌즈는 18-50 정도에 조리개 값이 밝은(보통은 F2.8 고정조리개) 렌즈 하나를 구매하면 된다. 만약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입했다면, 거기에 50mm 표준 단렌즈 하나 정도를 더 구매하면 스냅사진을 촬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겉멋만 들어 잘 쓰지도 않는 백통이니 뭐니 이런저런 값비싼 렌즈들을 잔뜩 구매해서 장비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필자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약간은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불필요한 렌즈들을 살 돈이면 여행경비로 쓰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비를 구매할 때 포인트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성능을 가진, 그러니까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높은 사양의 카메라를 사는 것이다. 렌즈는 두 개 정도가 적당하고, 욕심을 낸다면 화각별로 한 개씩(광각, 표준, 망원)만 갖추면 된다. 50mm표준렌즈는 가능하다면 1.4렌즈로 구입하면 좋고, 여의치 않으면 F1.8렌즈도 상관없다. 다만 표준줌 렌즈를 구매한다면 조리개값이 F2.8 고정조리개로 구입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본다. 망원렌즈는 무리해서 낮은 조리개값을 가진 렌즈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F4정도면 적당하고, 거기에 손떨림방지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망원렌즈를 쓰려면 조리개를 적당히 조여야 하고(이것은 광각도 마찬가지다. 풍경사진을 찍는데 최대개방을 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광각의 경우 조리개값이 F2.8 고정조리개를 가진 서드파티 렌즈군들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관계로 가급적이면 F2.8조리개를 가진 렌즈를 사는 것이 두루두루 좋을 것이다. 특히 표준줌렌즈 하나만 쓴다면 더욱 더 F2.8 고정조리개 렌즈가 좋다.) 어차피 삼각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장비에 대한 집착은 사진을 찍는 행위에 방해가 된다. 좋은 장비를 가질 수록 더 좋은 장비를 원하게 된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장비병 환자'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대들은 과연 가지고 있는 장비의 성능을 100% 전부 이용해 본 적이 있는지말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가진 장비를 100%, 아니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플래그십보다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노력과 열정으로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다면, 여러분들에게는 장비보다 피사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2. 피사체에 집착하라


여기서 피사체에 '집착'하라는 의미는 좋은 피사체를 찾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한 장소에서 기다린다거나,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순간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여행을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장비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 결국 우리는 '장비에 잠식당하는' 꼴이 되겠지만, 피사체는 그렇지 않다. 피사체는 마치 두더쥐 게임과 같아서, 그럴듯한 피사체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피사체에 대한 집착'은 '피사체에 대한 집중'과도 같은 말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피사체를 찾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얼핏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은 피사체를 발견했는데, 막상 사진을 찍고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것과, 카메라의 렌즈가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했던 것과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것의 간극을 좁혀가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려면 같은 피사체를 여러번 찍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좋은 피사체를 찾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피사체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예컨대 희귀한 꽃을 찍고 남이 찍지 못하도록 꺾어버린다던가 하는 식의 상식밖 행동들은 집착이 아닌 광기나 다름없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집착'이란, 마치 글을 쓸 때 좋은 문장, 좋은 단어를 찾아다니는 것과 같다.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렌즈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피사체, 더 좋은 풍경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3. 걸어라, 카메라를 메고. 


자기 소유의 차가 있다면 물론 사진촬영을 하는 데 더 없이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많이 걸어다니는 것이 좋다. 차를 이용하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풍경도, 대중교통이나 기차를 이용하면 놓치지 않거나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피사체를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되도록 가방은 가볍게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방이 무거우면 몸이 지치게 되고, 그렇다보면 결국 여행의 의미도 없어질 뿐더러 초반부터 기운이 빠지게 마련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있다면 그날의 컨셉을 정해서 그에 맞는 카메라와 렌즈만 가지고 다니자. 

많이 걷는 것은 비단 사진촬영 뿐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운전을 하게 되면 운전에만 집중하지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보다 다양한 것을 여유있게 바라보고, 사색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이라는 취미가 주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일게다.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서 늘 맞부딪히게 되는 근원적인 고민, 그러니까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내가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담는 것. 그럼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장점들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이다. 현대인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회생활에 찌들어사는 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이며, 사진이라는 취미는 충분히 여러분들에게 여유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4. 혼자 공부하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필자 또한 사진을 찍으면서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 익혔다. 이론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혼자 여러 방법으로 찍어보다보니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기쁨이 있다. 

보통 우리는 사진을 배운다며 동호회에 가입을 하게 된다. 혹은 단체로 출사를 가거나.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과연 여러분들에게 얼만큼의 도움이 될까. 내 생각에는 차라리 사진집이라던가, 혹은 유명 사진가들의 홈페이지를 보는 것이 더 많은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순수하게 사진 자체에 대한 탐구를 하는 모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동호회라는 것이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는 내 개인적인 편견이 작용하고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단체 출사라던가 동호회 출사 같은 것을 거의 가 본적이 없다. 어디가서 사진을 배워본 적도 없다. 필자는 철저하게 혼자 공부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커뮤니티에 질문을 했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는 데 있어 카메라 메뉴얼이 큰 도움을 주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카메라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 적인 것, 즉 조리개, 측광, 화각 만 알면 거의 다 배운것과 다름없다. 나머지는 테크닉의 영역이고, 이런 테크닉들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다. 


5. 빛을 이용하라


카메라는 빛의 예술이다. 빛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피사체라도 사진은 달라진다. 요즘에는 디지털 기술이 좋아져서 빛을 임의로 조작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자연광만큼 훌륭한 빛은 없다.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 그리고 저녁 무렵이다. 이 시간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이 때의 빛은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시간이 가장 짧기도 하다. 

빛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측광'을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카메라 메이커마다 명칭은 약간씩 틀리지만 일반적으로 평가 측광, 부분 측광, 스팟 측광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보통은 평가 측광을 많이 이용하지만 스팟 측광도 잘 이용하면 독특한 사진이 나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너무 햇빛이 밝은 시간에는 어떤 피사체를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빛이 밝을 때는 그 밝음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빛이 거의 없을 때는 남아있는 최소한의 빛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빛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사진의 고수나 다름없다. 


이렇게 다섯 가지 외에도 몇 가지 덤으로 충고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일단 카메라는 늘 가지고 다니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DSLR이 부담스럽다면 똑딱이라도, 똑딱이 조차도 여의치 못하다면 스마트폰으로라도 꾸준히 사진을 찍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여유가 된다면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으로 간단히 보정하는 방법 정도는 배워두는 것이 좋다. '보정은 진정한 사진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DLSR은 기본적으로 각 메이커마다 보정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찍는 JPEG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보정'을 해서 출력해 보여주는 이미지인 것이다. 그러니 DSLR로 사진을 찍으면서 '보정은 사진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모순인 것이다. 과도한 보정이라도 사진의 컨셉에 맞는다면 상관없다. 사진은 내가 표현하기에 따라 보급기나 중급기, 고급기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도구로써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벼슬이 아니다. 카메라가 나를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더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크롭바디를 가지고 있다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 똑딱이로 무슨 사진을 찍느냐고 말하는 사람들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장비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요즘에는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내가 이 카메라를 살 때만 해도 큰 돈을 주고..." 따위의 말들은 소용이 없다. 카메라를 박스에서 꺼내는 그 순간부터, 그 카메라는 구형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라. 이런 일련의 행동들,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내가 가진 장비로 했던 노력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다. 

  1. 깊은눈 2014.05.06 18:52 신고

    공감되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_^

  2. Favicon of http://ran.innori.com BlogIcon 선배/마루토스 2014.05.07 09:59 신고

    좋은 피사체...조차도 큰 주제를 위한 소재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 부분만 빼고 공감합니다.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14.05.07 11:39 신고

      사진 생활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결국 결론은 마루토스님의 말씀대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주제'에 대한 문제를 잠시 간과하고 있었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

Canon EOS 6D


가끔은 양초를 켜놓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가 끝나고, 그냥 차 한 잔이 생각나는 시간이면, 가끔 초를 켜 놓는다. 그러면 아주 가끔, 눈이 부시도록 찬란했던 어느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왜 하필 그 시절이었을까, 라고 생각해보지만, 그 시절이 어떤 시절이었는지 나는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저 묘한 상념에 사로잡혀,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어버리듯, 과거의 한켠에 내 몸을 묻어버린다. 밤은 깊고, 머릿속을 떠도는 기억은 어둡다. 차갑지만 안락하다. 눈이 부시지만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오늘 내가 보냈던 하루처럼, 그렇게 알 수 없는 밤이 차근차근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Canon EOS 6D

 

때로는 치솟아 오르던가, 그리고 떨어지던가. 삶은 어쨌든 물방울처럼 흩어진다.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아마도 삶의 어떤 것을 바라보는 것과 다름 없겠지.

그래서 조금 슬프다가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가던 길을 계속 걷는 것이리라.

삶이란.


Canon EOS 6D


대천은 서해안에서도 보기 드문, 분위기 같은 것이 있는 바다라고 볼 수 있다. 

동해처럼 다이나믹하지도, 남해처럼 발랄하지도 않지만, 대신에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서해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서해안이 화려함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대신에 서해안의 미덕은 아늑함이다. 

그러니까 이 무렵 서해안은 근사하다. 특히 대천은 그렇다. 어머니의 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은, 이렇게 근사한 서해안의 조금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늘 그렇듯, 누군가에게는 고요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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