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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미있는 녀석을 만나다

보이스 레코더라는 것을 옛날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과연 이것이 내게 얼마나 필요한 물건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보이스 레코더라는 것이 하나 있어야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수업을 하시는 어떤분의 말씀이 이 지름신의 방아쇠가 되었다.

작가라면 보이스 레코더 하나쯤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왜 작가가 보이스 레코더가 필요할까? 사실, 보이스 레코더라면 기자들이나 뭔가를 취재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혹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대학원 수업은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이기 때문에 딱히 뭔가를 저장할 필요성은 못느꼈다. 내가 매력을 느꼈던 단어는 취재라는 단어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들이 뭔가를 취재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한다. 취재라는 단어는 기자들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사실과 다르다.

최근에는 리얼리티의 바람이 불어 소설이 사실과 틀리면 독자들은 금새 눈치를 채곤 한다. 예컨대 버스 안내 방송 같은 것들이 그렇다. 사투리도 그렇고 전화상담원의 인사 같은 것도 그렇다. 소리를 표현하고 싶다면 가급적 정확한 것이 좋다.

얼마전에 썼던 단편소설에서 나는 소설의 서두를 혼잡한 커피숍의 분위기로 시작했다. 내 의도는 한 장소의 복잡함을 소리의 흐름을 이용하여 묘사해 보는 것이었다. 일부는 성공했지만 그 기법은 사실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설을 공모전에 보내긴 했지만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아 무척 속상했다.
기억에 의존하여 복잡한 커피숍의 소리들을 담아내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바로 보이스 레코더 였다. 보이스 레코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소리를 담아 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소리를 텍스트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현장에서 필기를 하며 옮길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일단 소리가 녹음이 되면 집에서 찬찬히 들으면서 내가 미처 듣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용산을 찾았다. 사파라는 회사를 이 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 회사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나와를 살펴보니 A600R이라는 제품이 가장 저렴해 보였다. 용산을 돌아다니며 A600R이라는 제품을 물어보니 대부분 없다고 한다. 팜플렛에도 없고 '단종' 제품이라는 것이다. 가만히 보니 인터넷에서만 파는 제품인 듯 싶었다. 그래서 돈을 좀 더 주고 상위 모델인 A700R을 구입할 까 싶다가 Pro 9 이라는 제품을 보았다. 가격은 십만 원이 훌쩍 넘어 다소 부담스러웠다. 애초에 생각하기에는 그냥 녹음만 되는 제품을 구입하는데 뭐가 이리도 비싼가 싶었다. 4기가는 십만 원 중반정도 까지 했다. 그래도 기왕 구입하는 거...라는 심리가 작용해서 과감하게 4기가로 구입했다. MP3가 되기 때문에 4기가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사파의 보이스 레코더 중에서도 하이엔드 급이라고 한다. 구입을 하고서도 잘한건가 싶었다.
그런데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나는 이 녀석이 정말 재미있는 녀석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 제품으로 구입하지 않았으면 크게 후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사파 Pro 9

왜 이 녀석이 재미있는가? 일단 제품에 대한 설명은 이곳을 클릭하여 알아 보도록 하자. 내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생각했던 기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화녹음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비밀녹음 기능이다.

사실 요즘 핸드폰 중에는 통화중 녹음기능을 지원하는 핸드폰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기능은 없고 전화로 뭔가 중요한 걸 녹음해야 한다면 참으로 곤란 할 것이다.
사파 프로9을 구입하면 안에 사진과 같은 이어폰을 하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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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어폰과는 어딘가 틀려보인다. 뒷쪽에 구멍이 세 개가 나 있는 것이다. 이 구멍은 뭘까?
그렇다. 바로 이어폰의 뒷부분은 마이크다. 이걸 귀에 꼽고 전화를 하면 상대방의 목소리가 녹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순서이다. 일단 이 이어폰을 보이스 레코더에 꼽고 귀에도 꼽는다. 그리고 이어폰 위로 전화 수화기를 가져간다. 이제 녹음 버튼을 누르고 통화를 하면 된다. 그 밖에 다른 방법들이 있었는데 아무튼 나는 이 방법이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화 건너편 상대방의 목소리를 잡아 내려면 마이크의 성능도 좋아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얼마나 녹음이 잘 될까?
나는 131(날씨정보)에 전화해서 나오는 자동응답을 녹음해 보았다. 다음 파일을 들어보자. 음질은 HSQ(Super HQ) 음질로 녹음했다. 이 보이스 레코더는 PCM(원음에 가까운 음질이라고 한다.)으로 녹음이 가능하지만 PCM으로 녹음했을 경우 MP3가 아닌 WAV로 녹음이 된다. MP3로 바꾸기 귀찮으니 HSQ음질로 들어보자.



어떤가? 내 생각에는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전화로 사랑을 고백한다거나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의 목소리를 저장해놓고 싶다거나 불친절한 상담원과의 전화통화에 유용해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음질은 어떨까? 쪽팔리지만 Julian의 목소리를 잠깐 녹음해 보았다.



아주 선명(?)하게 들린다.(...)

그 다음으로 재미있는 기능이 바로 비밀녹음 기능이다.
도대체 비밀녹음이란 뭘까? 나는 구입할 때 박스에 비밀녹음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어서 이 기능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비밀녹음을 한다는 것일까?
비밀녹음 기능을 이용하면 보이스 레코더의 전원이 꺼진 것 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전원을 넣기 전에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불도 안들어오고(원래 녹음을 하면 빨간불이 깜빡거린다.) 액정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냥 전원을 끈 상태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이 비밀녹음이란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기능인 것이다. 상대방의 눈에는 그냥 꺼져있는 녹음기일 뿐이다. 그러니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사실 알고 보면 별것 아니고 간단한 기능같지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 기능은 다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페 같은 곳에서 주변 사람들의 잡담들을 담아두고 싶다면 이 비밀녹음기능을 이용하여 지갑과 함께 놓아두면 된다. 빨간불이 깜빡거리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기능이 이 제품의 가장 훌륭한 기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3. 보이스 레코더는 엿듣기의 심리를 자극한다.

몰카는 엿보기의 심리를 자극시킨다. 장면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스 레코더는 엿듣기의 심리를 자극시킨다. 장면은 존재하지 않으나 소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보이스 레코더는 그래서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남녀가 대화하는 사진이 있다면 우리는 남녀의 모습은 볼 수 있으나 그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는 모른다.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보이스 레코더는 그 반대의 경우이다. 남녀의 대화는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즉, 사진은 소리를 상상하게 만들고, 소리는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보이스 레코더를 통한 사생활 침해는 없을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것이 사생활 침해가 되지는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용도로 사용하게 되면 이것은 단지 도청에 불과하다. 게다가 카메라보다 더 눈에 띄지 않으니 보이스 레코더는 더욱 더 사용자의 양심을 요구하게 된다. 학문 · 예술 · 취재의 경우외의 용도로는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취재의 경우, 사용자의 허락을 꼭 구해야한다. 사진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4. 유쾌한 소리 사냥

내 경우, 소설에 여러가지 소리들을 묘사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보이스 레코더를 구입했다. 시끄러운 바깥 소리들, 사투리, 장사꾼들의 목소리 등이 내가 원하는 소리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소리들은 창의력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경우, 나는 앞서 종이와 펜을 언급했지만 보이스 레코더는 그 보다 더 빠르게 아이디어를 보관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침대 머리맡에 이 보이스 레코더를 두고 자기로 했다. 나는 보통 잠자리에서 괜찮은 문장들을 생각해내기 때문에 무척 유용할 것이다.
나는 남의 대화를 엿듣는 것을 좋아한다. 엿듣는다기 보다는 카페에 혼자 앉아 책을 보고 있거나 버스, 지하철, 기차 등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면 무척 재미있다. 이런 대화들은 때로는 내 소설의 유용한 소스가 될 때가 있다.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에서도 카페에서 옆 테이블의 대화를 몰래 받아적는 것을 권장하지 않았던가?
때로는 이미지가 아닌 소리를 사냥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5. 마치며

아마 대부분은 보이스 레코더가 재미있는 도구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보이스 레코더는 지금까지 내가 구입한 어느 전자제품보다도 유용하고 재미있다. 보이스 레코더는 예술가, 작가, 학생, 교수, 선생, 기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꼭 필요한 제품이다. 가볍고 휴대하기 간편하며 창의력을 북돋아 준다.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이 도덕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사파의 프로9은 괜찮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 제품은 훌륭하다. 물론, 기존에 보이스 레코더를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제품이 최고인줄로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주변에 좋지 못한 음질로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자면 이 제품은 전문가용이라고 해도 충분할 것 같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예술가라면,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거나 그런 학생들을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이거나 특종을 원하는 기자라면, 충분히 심사숙고 해 볼 만한 제품이다. 서두에 내가 이 제품이 다소 비싸다고 했던가? 십만 원 대 초중반으로 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게다가 이 제품은 MADE IN KOREA다. 더 뭘 바라겠는가?



  1. Favicon of http://mocacopy.com BlogIcon 모카 2009.12.11 10:40 신고

    좋은 사용기 잘 보았습니다. ^^
    덕분에 선택의 폭이 좁혀졌어요. (거의 확정..)
    사파pro9 가격이 인터넷에서 보면 20만원이 넘던데,
    직접 가시면 10만원대인가요?
    어디서 구매하셨는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

  2. 강만규 2009.12.18 21:49 신고

    안녕하세요 글 잘봤습니다 ^^

    저도 제품 구입하고 싶은데

    오늘 용산갔다왔더니

    21만원달라고 하더라구요 ㅠ

    혹시 저한테도 어디서 구입하셨는지 알려주실수 있나요? wee-sky@hanmail.net

    메일 부탁드립니다 ^^

  3. 마리 2009.12.19 18:21 신고

    저도 10만원대에 구매하신곳 좀 알려주세요...

    • Favicon of https://heejune.net BlogIcon Heejune 2009.12.21 23:41 신고

      디지탈블루 라는 곳입니다.

      용산 터미널 상가 3층 A20호

      02-702-4752 입니다.

  4. 2009.12.21 16:35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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