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 조금 전
어떤 날 오후
늘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몇 년 동안 보아왔던 풍경. 어느 날 새벽에 안개가 자욱했다.
장막같은 안개는, 보이고 싶지 않은 풍경을 교묘하게 가린다. 그래서 늘 보아왔던 풍경은 신비롭게 느껴진다.
나도 이것이 안개의 장난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뿌연 유리 너머를 보는 기분이다.
유리 너머로 아마도 그 풍경의 짓궂은 미소가 보일지도.
당진가는 길 어딘가에서 이런 풍경을 만났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어떤 날이었던 것 같다.
햇빛이 눈 부셔 이 장면을 찍고 잠시 눈을 감고 있어야 했다. 감은 눈으로, 풍경의 실루엣이 비춰보이는 듯 했다.
때로는, 어떤 장면이 영원히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아마도 이 풍경이 그렇지 않을까.